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6.사진과 문학 음악

어느 왕조(王朝)의 유물(遺物)

by 구산(九山) 2021. 9. 29.

참회록(懺悔錄)     

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  윤동주(尹東柱)

 

파란 녹이 낀 구리 거울 속에

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

어느 왕조(王朝)의 유물(遺物)이기에

이다지도 욕 될까.

 

나는 나의 참회(懺悔)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.

ㅡ만 이십사 년 일 개월을

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.

 

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

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(懺悔錄)을 써야 한다.

ㅡ그 때 젊은 나이에

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.

 

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 

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보자.

 

그러면 어느 운석(隕石)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

슬픈 사람의 뒷모양이

거울 속에 나타나 온다.

 

2021.09.29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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